월간 음악춘추

첼리스트 이상은 / 음악춘추 2012년 5월호

언제나 푸른바다~ 2012. 5. 21. 18:54

 

첼리스트 이상은
제38회 중앙음악 콩쿠르 첼로 부문 1위

 

"첼로의 가장 큰 매력은 '푸근함'이지요. 첼로는 사람의 목소리와 비슷해서 연습을 하다 보면 가끔 누가 날 불렀는지 착각하기도 해요(웃음)."
이상은(한국예술종합학교 3학년)은 평소 음악을 좋아하던 어머니를 따라 바이올린 학원에 가게 되었지만, 얇고 높은 고음역대의 소리를 내는 바이올린은 그의 마음을 사로잡지 못하였다. 대신 그는 둥글고 다정한 소리를 가진 첼로에 매력을 느꼈다. 그렇게 첼로의 소리에 매료되어 첼로를 시작하게 된 그는 초등학교 3학년 때 참가하게 된 음악 캠프에서 현재까지 사사하고 있는 정명화 선생과의 첫 만남을 가졌다.


"선생님께서는 어머니에게 제가 선생님께 레슨을 받아볼 것을 권유하셨다고 해요. 저명하신 분께서 그렇게 말씀하시니 어머니께서는 너무 기뻐하셨지만, 당시 저는 어려서 선생님에 대해 잘 몰랐지요(웃음). 그렇게 선생님과의 레슨이 시작되어 10년이 흘렀네요. 그 동안 선생님께서는 음악적으로도, 그리고 저의 집안사정을 아시고 물질적인 부분도 아낌없이 지원해주셨습니다. 사실 레슨비나 반주비는 음악을 공부하는 학생들, 그리고 부모님에게 큰 부담인데요. 그런 부분부터 부담을 덜어주시니 더욱 음악에 집중할 수 있었지요." 라는 그는 더불어 웅진재단, 금호아시아나문화재단, 성정문화재단에서도 많은 후원을 해주고 있다며 감사한 마음을 전했다.


이상은은 중학교 졸업 후 한국예술종합학교에 영재 입학하였다. 그가 고등학교 생활을 포기하고 이러한 결정을 내린 것은 중학교 때부터 한국예술종합학교를 목표에 두고 있었기 때문이라고.
"어린 시절부터 한국예술종합학교를 꿈꿔왔고 남들보다 빠르게 그 꿈을 이루었지만 힘든 점도 있었던 것이 사실입니다. 가장 힘들었던 것은 워낙 동기들과 나이차가 있다 보니 의지할 친구가 없어 많이 외로웠던 것이지요. 중학교 친구들과도 오랜 시간 떨어져 지내다 보니 자연스레 데면데면해지기도 하였고요. 하지만 이제 3년이란 시간이 흐른 만큼 잘 적응해 나가고 있습니다(웃음)."
어린 나이로 인해 국내 콩쿠르에 참가 자격이 되지 않았던 그는 대학 입학 후에는 한 동안 국제 콩쿠르에 매진하며 임마누엘 포이어만 국제 콩쿠르 젊은 연주자상 수상, 주니어 차이코프스키 국제 콩쿠르 2위, 요한슨 국제 콩쿠르 우승 등, 경력을 꾸준히 쌓아왔다. 이어 대학 입학 후 처음으로 출전한 이번 중앙음악 콩쿠르 첼로부문에서 그는 심사위원 9명 중 7명의 선택을 받아 압도적인 차이로 1위를 차지하는 쾌거를 이루었다.


"콩쿠르의 본선 지정곡은 드보르작의 「협주곡 나단조 작품104」였습니다. 제가 운이 좋았던 것은 많이 경험해 본 곡이었기 때문에 부담감을 덜 수 있었던 것이지요. 오랜만에 참가하게 된 콩쿠르라 많이 긴장되기도 하였는데요. 콩쿠르라는 생각보다 나의 연주를 들려주는 자리라는 생각으로 임한 것이 좋은 결과를 가져온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또한 테크닉보다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고자 연주를 하려고 애쓴 것을 많이 봐주신 것 같아요. 하지만 당당한 소리나 태도에 대해서는 아쉬움이 많이 남기도 합니다."
특히나 그는 이번 콩쿠르 본선 무대에서 잊지 못할 기억도 갖게 되었다며, "40분이 넘는 연주가 막바지에 다다를 때, 체력이 달려 잠시 객석을 바라봤는데, 한 아주머니가 황홀한 표정으로 저의 연주를 지켜보고 계셨어요. 가슴 벅찬 순간이었지요." 라고 이야기했다.


첼리스트 가운데 미샤 마이스키의 연주를 가장 좋아한다는 그는 "미샤 마이스키의 연주에는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힘이 있기 때문입니다. 드라마를 볼 때는 감정이입이 쉽지만 가사가 없는 음악으로 전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라 생각합니다. 그러한 부분에서 미샤 마이스키를 닮고 싶습니다."라고 이야기하며 더불어 주변의 많은 사람들로부터 받은 사랑과 도움만큼 자신도 나눠줄 수 있는 사람이 되기를 바란다며 인터뷰를 마쳤다.


글.박진하 기자/ 사진.김문기 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