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 음악춘추

하피스트 김아림 / 음악춘추 2012년 1월호

언제나 푸른바다~ 2012. 1. 5. 17: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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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피스트 김아림
다채로운 음악세계로의 출발

 

독주 악기로, 그리고 반주 악기로서 긴 역사를 지녔고, 47개의 현, 6옥타브와 6음의 음역을 갖고 있으며, 특히 그 아름다운 악기의 모습과 음색에 누구나 한 번쯤은 반할 법한 악기, 바로 하프가 아닐까 싶다.

 

이러한 하프를 연주하는 것도 우아할 것만 같지만 생각과 다르다. 오케스트라 연주를 하기 전 하피스트들은 다른 악기 연주자들보다 훨씬 전부터 무대에 나와 하프를 조율해야 하고, 오케스트라 연주 후 가장 늦게 정리하고 가는 이도 하피스트이다. 그리고 연주할 때 사용되는 양손 네 개씩의 손가락에는 늘 굳은살이 있으며, 발은 7개의 페달을 밟느라 분주하다. 그럼에도 무대 위의 하피스트가 매력적으로 보이는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일 것이다.


신예 하피스트가 설레는 마음으로 청중과의 만남을 준비하고 있다. 7년간의 미국 유학생활을 마치고 지난 해 7월 귀국한 하피스트 김아림(현재 World Harp Congress의 Liaison으로 활동)이 오디션을 통해 예술의전당 아티스트 시리즈에 하프 부문 최초로 선발된 것이다. 
“이렇게 좋은 기회를 얻게 되어 감사하고, 개인적으로도 굉장히 뜻 깊습니다. 귀국 후 갖는 첫 독주 무대이기 때문에 이 예술의전당 아티스트 시리즈 무대에서는 하프의 다양한 모습을 많은 분들께 보여드리는데 주력할 생각입니다.”


어릴 때부터 호기심이 많아 배우고 싶은 것이 많았던 김아림은 5살에 피아노를 시작했으며, 초등학교 3학년 때부터는 플루트를 병행하기도 했다. 그러던 중 하프를 배우고 있던 아는 분의 소개로 초등학교 5학년부터 하프를 시작해, 예원학교, 서울예고, 서울대를 졸업했다. 그리고 전세계에서 가장 큰 하프과가 있는 미국 인디애나 음대에서 하프의 거장인 수잔 맥도날드를 사사하며 석, 박사를 졸업했다.


“저에게 처음으로 하프를 가르쳐 주신 임명진 선생님은 예원, 예고, 서울대 입학까지 이끌어 주신 분으로, 늘 제 음악적 의사를 존중해 주셔서 제가 음악을 어떻게 스스로 만들어야 하는지 익힐 수 있었습니다. 고등학교 시절 일년 반 동안 영국에서 공부할 당시 사사한 다프니 보든 선생님께서는 악보의 기본에 충실한 해석의 중요성을 강조하셨지요. 그리고 서울대에서 사사한 곽정 선생님은 최고의 선생님이세요. 저는 당시 유학을 마치고 귀국하신 선생님의 첫 제자인데, 친구들이 옆에서 보면 부러워할 정도로 선생님께서 음악만이 아니라 음악 외적인 부분에서도 많은 도움을 주십니다.”


그리고 그가 인디애나에서 사사한 수잔 맥도날드 교수는 곽정의 스승이기도 하다. 그 덕분에 두 스승의 지도법에 공통점이 많아서 학업을 잘 이어갈 수 있었다는 그는 수잔 맥도날드 교수에 대해 이렇게 소개했다.


“지금의 제가 하피스트로서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다듬어 주신 소중한 분이시지요. 둥글고 예쁜 소리, 편안하고 자연스러운 연주, 무엇보다도 충실한 연습을 늘 강조하셨습니다. 그리고 하프 콩쿠르를 만드셨고, 세계하프협회의 체어맨으로 활동하시는 등 대외적으로도 여러 활동을 하셔서 옆에서 많은 것을 보고 배울 수 있었습니다.”


유학 시절 좋은 스승과 함께 음악적으로 다양한 경험을 쌓은 그이지만, 가장 기억에 남는 일이 무엇이었는지 묻는다면 의외의 대답을 듣게 될 것이다. 바로 ‘하프 운반’에 대한 것이기 때문이다.
“다른 지역에 연주 초청을 받거나 오케스트라 무대에 설 기회가 많았는데, 그 때마다 제가 직접 하프를 운반했습니다. 다른 연주자들은 악기와 함께 비행기를 탈 수 있지만 하프는 불가능해 혼자 악기를 SUV 차량에 싣고 15시간, 20시간씩 직접 운전해 다녔답니다. 그래서 연주회를 앞두고 있으면 연주보다 악기 운반이 더 고민일 때가 많았어요(웃음). 매일 매일 날씨를 확인하는 것도 일이었고요. 그래서 ‘기상 캐스터’라는 별명을 얻기도 했지요.”


비가 오나 눈이 오나 늘 그렇게 악기와 함께 했지만 고생스럽다기보다는 재미있었다고 말한다. 덕분에 혼자 여행도 많이 다녀 좋은 추억으로 남아있고, 한국에 오니 그런 시간들이 그립기까지 하다고. 가냘퍼 보이는 그가 직접 악기를 운반했다기에 하프의 무게가 얼마나 되는지 질문하자, “보기보다 가벼워요.”라고 말한다. 하지만 이어진 그의 말에 다 같이 웃을 수밖에 없었다. “하프가 38kg이니까 저보단 가볍죠?”


그는 앞으로 언제 어떤 기회가 오더라도 잡을 수 있도록 늘 준비된 연주자가 되는 것이 목표이다. 그리고 새로운 레퍼토리를 발굴하고 현대 작품을 무대에 올리는 것도 계획하고 있다며 말을 이었다.
“예를 들어 미국의 경우에는 작곡가들이 꾸준히 하프 곡을 작곡하고, 하피스트들도 그런 곡을 기꺼이 연주하려고 합니다. 그런 분위기 덕분에 저도 작곡가들이 어떻게 하프에 맞게 작곡할 수 있는지에 대해 박사 논문을 쓰기도 했고요. 한국에 와 보니 레퍼토리가 현대보다는 낭만에 치우쳐 있는데, 현대곡이 대중적으로 받아들여지는 분위기는 아니지만 꾸준히 소개하다 보면 현대곡에 대한 대중의 인식도 변할 것이라 생각합니다.”

 

글·배주영 기자 / 사진·김문기 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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