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추초대
소프라노 박현주
역할에 대한 기본적인 연구와 깊이 있는 해석으로 다져진 소프라노
숙명여대 음대 성악과 및 동대학원을 졸업하고 독일 쾰른음대에서 학업을 마친 소프라노 박현주는 지난 9월부터 모교에 교수로 임용되어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다. 동아 콩쿠르, 베르크하임 콩쿠르, 쾰른 국제콩쿠르, 시츠오카 국제콩쿠르, 라인스베르크 오페라콩쿠르 모두에서 1위를 휩쓸며 화려한 연주활동을 펼쳐온 그녀는 오페라 <리골레토>로 국내무대에 데뷔한 뒤 독일 유학길에 올랐었다. 이후 오페라 가수로서 거의 15년 정도를 보내며 누구보다도 오페라 무대와 가깝게 또 치열하게 활동해왔다. 30여 편이 넘는 오페라의 여러 주역을 연기하면서 쌓아온 노하우와 오페라라는 그 현장에 대한 이야기를 생생하게 전달해 줄 그녀만의 가르침은 어떠할지 그리고 그녀가 현재 숙명여대로 부임하기까지 지내온 이야기를 들어보자.
박현주의 학창시절은 여느 학생들과 다름없이 평범했다. 다른 친구들처럼 수업시간에는 수업내용을 열심히 필기했고 과제가 있으면 꼼꼼히 해갔으며 학점도 양호했다. 그녀는 그 시절을 떠올리면서 얼굴에 미소를 머금었다.
“학창시절의 저를 떠올리니 다소 촌스러웠던 고집이나 고지식함이 담긴 저의 사진이 한 장 떠올라서 저도 모르게 웃음이 났습니다. 담당 교수님의 말씀을 빌리자면 과제를 주면 항상 성실하게 빠짐없이 해왔다고 해요. 이런 점으로 볼 때 저는 학교생활을 성실히 소화하기 위해 노력하며 지냈던 것 같습니다. 보통의 학생들처럼 연습실에 늦게까지 남아서 연습하다가 수위 아저씨의 소등통보를 듣게 되면 그제야 귀가했던 아이들 중 하나였고요.”
다른 학생들과 별다른 차이 없이 평범하게 학교생활을 했다고 이야기하지만, 그녀는 보이지 않는 곳에서 자신만의 스타일을 만들기 위해 피나는 노력을 했다. 노래에 날개가 달리듯이 자신의 노래가 나를 포함한 다른 사람들의 마음에 닿았을 때의 그 ‘순간’을 위해 항상 준비해왔다. 그 소통의 순간이 성악가에게 있어 무대에서의 가장 큰 기쁨으로 다가온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이러한 노력 끝에 그녀는 1998년 오페라 페스티벌 오디션에서 <리골레토>의 ‘질다’ 역할을 따내며 국내무대에 데뷔한다. 2000년부터는 약 10년 동안 독일에서 유학생활을 보내며 대부분을 오페라 가수로 활동했다. 프로 성악가로 데뷔한 이후에는 약 500회가 넘는 공연을 해왔고, 심지어 만삭이었을 때에도 무대에 오를 만큼 열정적이었다.
“유럽에서의 저의 첫 무대는 독일 라인스베르크에서 열렸던 <람메르무어의 루치아>였습니다. 오디션을 통해 역할을 정해 여름 페스티벌에 올라가는 작품이었지요. 연습기간 6주 동안 집과 연습실을 오가며 고생도 꽤 했지만, 호숫가가 보이는 고요한 숙소 덕분에 힘들었던 연습 속에서 심신을 안정시킬 수 있었습니다. 꼭 다시 한 번 가서 그 진경을 눈에 담고 싶습니다.”
독일에서 학위수여 후 시작된 오페라 가수로서의 삶은 매우 정신없이 바쁘게 흘러갔다. 하지만 그 시간들 속에서도 오페라를 노래하는 가수로서의 삶을 누린 것, 그리고 그것을 위해 나름대로 치열하게 살아온 노력 자체가 이미 그녀의 인생에 훌륭한 밑거름이 되었다. 무엇보다도 그녀는 유학생활 동안 자신을 도와준 여러 선생님들과 동료, 그리고 사랑하는 남편과 딸을 만나게 해준 시간이었기에 음악을 통해 이루어진 모든 인연들이 유학생활 중 가장 값지다고 전했다.
그녀의 든든한 지원군인 남편은 현재 부산대 성악과 교수로 재직 중인 테너 김충희이다. 성악가로서 같은 길을 걷고 있으면서도 항상 자신을 배려해주고 가장의 역할도 톡톡히 해주고 있는 남편에게 “시계 같은 남편의 삶 자체가 감동입니다. 바쁜 일상 속에서 삶의 원동력은 체력과 사랑이니 그 삶을 본받아가야겠지요. 남편이 없었더라면 저는 독일에서 혼자서 버티기도 힘들었을 것이고 그처럼 많은 공연을 소화하기도 어려웠을 것입니다”라며 그에게 배워야할 점이 아직도 많이 있고 항상 감사한다고 말했다.
한 가정의 아내이기도 하지만 그녀의 본업은 소프라노 성악가다. 독일의 음악전문가들로부터 ‘동양의 마리아 칼라스’로 평가받으며 중후한 아름다움이 묻어나는 목소리와 다양한 감정에 즉각 몰입하여 표현하는 음색으로 극찬을 받는다. 타고난 목소리와 노력으로 만들어내는 박현주의 노래는 전세계 오페라 청중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특히 그녀의 대표작으로 꼽히는 <노르마>는 소프라노에게 음악적으로 상당한 기교와 폭넓은 음역, 그리고 강렬하면서도 아름답게 표현해내야 하는 어려움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완벽히 작품에 몰입하여 소화해낸다. ‘노르마’라는 인물에 맞는 목소리와 어법, 표현력을 동시에 갖추고 있는 사람도 많지 않기 때문에 그녀만이 갖고 있는 강점을 살릴 수 있었고 독일 무대에서 활동하던 그를 국내 무대로 불러온 작품도 <노르마>였다.
“2009년 국립오페라단과 이 작품을 함께 하면서 국내 무대에 복귀했었습니다. 영웅적인 면모가 돋보이는 ‘노르마’와 <돈 카를로>의 ‘엘리자베타’ 역할도 아끼지만 <람메르무어의 루치아>에서 미칠 수밖에 없는, 죽음을 부른 사랑을 노래하는 ‘루치아’역과 <춘희>의 ‘비올레타’ 그리고 <라보엠>의 ‘미미’처럼 멜로 드라마의 여주인공을 좋아하는 편입니다.”
폭넓은 레퍼토리로 오페라 가수로서의 입지를 탄탄히 다진 박현주는 맡은 역할을 이해하는 것에 있어 가장 중요시 하는 부분으로 ‘역할에 대한 기본적인 연구’를 꼽았다.
“너무나 당연하지만 그렇기 때문에 더 간과할 수 있는 부분이라고 생각합니다. 오페라를 공부할 때 가장 중요한 것은 그 역할에 대한 기본적인 연구입니다. 그것을 위해 대본을 해석하고 의미를 이해하는 것은 더더욱 기초적인 과정입니다. 그리고 이 모든 점들을 잘 표현하기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끊임없는 연습입니다. 연습 외에는 답이 없지요. 무대에서 갑자기 가사나 음정을 잊어버려 아무런 생각이 나지 않았을 때를 대비한 기계적인 암기 연습부터 음과 음 사이를 재해석하며 상상하고 그것이 감정연습으로까지 이어지도록, 기본이 되는 연습방법을 늘 연구해야합니다. 더 나아가 상대역과의 소통을 원활히 하는 것까지 이루어진다면 한 편의 멋진 작품이 나올 것입니다.”
국내외 여러 무대에 서면서 그녀는 오페라 공연을 대하는 국내외 관객들의 차이도 말해주었다. 오페라의 본고장이 유럽이라서 그런지 아무래도 현지의 관객들은 가수나 뮤지션들의 표현에 대한 이해와 감상도가 깊다고 했다. 자신이 A라는 표현을 했을 때 그것을 B나 C로 해석하지 않고 A라고 그대로 받아들여주어서 힘이 많이 되었고, 내 노래가 진정으로 소통이 되고 있다는 안도감이 들어 더 힘을 내어 노래할 수 있었다고 덧붙였다.
글_김주형 기자 / 사진_김문기 부장
- 기사의 일부만 수록했습니다. 자세한 내용은 음악춘추 2014년 11월호의 기사를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
<김문기의 포토랜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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