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 People

바리톤 석상근 / 2016년 11월

언제나 푸른바다~ 2018. 1. 24. 13:22

바리톤 석상근(음악춘추 2016년 11월)
K-POP처럼 오페라에도 팬이 생겼으면 좋겠습니다


테너와 베이스 사이에는 바리톤이 있다. 바리톤 음색은 베이스의 차분함과 테너의 화려함을 함께 지니고 있는 목소리라고 한다. 활발한 연주 활동을 펼치고 있는 바리톤 석상근을 만나 인터뷰를 진행하였다.

 

음악의 시작, 학창시절, 유학시절     
음악을 어렸을 때부터 좋아하였기 때문에 중학교 때 학교 내에 있는 합창단에서 음악을 시작하였습니다. 한국가곡을 부른 중학교 음악선생님으로 인해 성악에 매료된 저는 음악을 더 좋아하게 되었습니다. 고3때 성악을 먼저 시작한 친구가 저의 노래를 듣고는 성악을 권했습니다. 그 때 제가 불렀던 가곡은 「이별의 노래」입니다. 처음에는 거절을 하였는데, 가면 갈수록 그 친구의 말이 머릿속에 맴돌더라고요. 저희 집에는 예술을 하는 사람이 없습니다. 그래서 친구가 처음 음악을 하라고 하였을 때, '과연 내가 할 수 있을까?' 라는 생각이 가장 먼저 들었습니다.
성악을 하고 싶어 부모님께 제안을 하였더니, 부모님은 ‘예술의 길이 힘든데 왜 그 길을 가려고 하느냐? 평범한 길을 가라’ 며 단칼에 거절하였습니다. 저는 어린 마음에 음악을 너무 하고 싶어 전문가에게 테스트라도 받을 수 있게 해달라고 하고 선생님을 찾아갔습니다. 선생님은 저에게 재능이 있다고 해주었습니다. 그 말이 저의 음악에 있어서 첫 시작입니다.
각고 노력 끝에 대학교에 들어가게 된 저는 남들과 비해 음악을 늦게 시작한 것이기 때문에 다른 학생들과 비교가 되었습니다. 학교 후배로 통해 이의춘 선생님을 소개 받은 저는 선생님을 찾아가 레슨을 시작하였습니다. 선생님은 저를 좋게 봐주셔 줄 곧 선생님께 배웠습니다.
제 음악에 가장 영향에 끼친 분이 있다면 아마 이의춘 선생님이 아닐까 싶습니다. 선생님에게 발성, 기초 음악, 프로페셔널한 부분까지 배웠습니다. 4학년 때 전국경영대회 최우수상을 받은 저는 자신감을 갖고, 유학을 준비하였습니다. 유학시절 또한 누구보다 열심히 하였습니다.


한국의 오페라와 유럽의 오페라의 차이점
차이라고 하면, 시스템의 차이가 있는 것 같습니다. 유럽은 오페라를 시즌제로 운영합
니다. 그리고 다음 시즌에 어떠한 작품을 하는 지 알 수 있어 관객들은 보고 싶은 오
페라가 언제 하는 지 쉽게 알 수 있습니다. 최근에 국립오페라단과 서울시립오페라단
이 시즌제를 시작 한 것은 좋은 본보기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다른 기관은 아직 시
행이 잘 안 되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빨리 정착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외국 같은 경
우, 짧게는 1년 길게는 2, 3년 전에 미리 캐스팅을 하는데 우리나라는 급하게 캐스팅
하는 경우가 많은 것 같습니다. 그래서 스케줄이 겹쳐서 못 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서울에는 아직 전용 오페라 극장이 없어서 오페라 연습을 할 곳이 많이 부족합니다.
그래서 보통 3~4주 기간 동안 연습을 하는 데 정작 무대에서는 1주일정도 밖에 연습을 못합니다. 대관료라든지 여러 가지 비용이 드는 부분 때문에 그런 것 같습니다. 유럽 같은 경우, 오페라하우스가 굉장히 많고, 심지어 작은 도시 또한 오페라하우스가 있습니다.
유럽 오페라연습실에서는 실제 무대와 흡사한 구조물을 만들어 연습합니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무대 전문 기술자가 부족하다보니 색깔 테이프를 바닥에 붙여놓고 연습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본무대에서 연기하는 것이 어색할 뿐 더러 부족한 부분이 많습니다. 이렇듯이 연습과정에서부터 유럽오페라와 한국오페라의 차이가 큰 것 같습니다. 유럽의 오페라하우스 내에는 상임지휘자, 부지휘자, 합창단, 합창지휘자, 오케스트라, 의상담당 제작, 무대제작, 분장실과 메이크업 전문가(오페라 배역의 성격과 전반적 내용을 모두 이해하고 있음은 말할 것도 없으며 최종 리허설 점검은 기본 중 기본이라 하겠다.), 가발, 옷보관함, 구조물 무대 세트 보관하는 창고 등이 있어야 합니다. 아직까지는 이러한 것들이 완벽하게 갖춰진 오페라하우스가 우리나라에는 없습니다.
이 부분들이 보완이 되기 위해서는 경제적 비용이 많이 들어가기 때문에, 민간오페라단에서는 현실적으로 어려운 부분이 많고, 문화예술이 발전하려면, 정부차원에서 문화관광부, 시, 도에서 많은 관심과 지원이 되어야 합니다. 
           
오페라의 어떠한 캐릭터와 비슷하다고 생각하나요?
가수로서의 저는 베르디아노(베르디 전문 가수)이지만, 저의 성격은 낯을 가리지 않고, 친화력이 좋은 편이며 늘 긍정적으로 살려고 해서인지 로시니의 오페라「세빌리아의 이발사」의 피가로와 비슷한 것 같습니다. 피가로는 팔방미인입니다. 주위사람들이 저보고 팔방미인이라며 피가로와 비슷하다고 하더라고요(웃음).
밝은 성격의 캐릭터들과 비슷한 것 같습니다. 한국에 귀국한지 지금 3년이 되었는데, 한국에서 오페라를 하면서 숨은 캐릭터를 발견했다고 해야 하나요(웃음).


오페라를 할 때, 어떻게 캐릭터를 연구하시나요?
오페라를 하게 되면, 연출가가 맡은 역할에 대해서 설명을 해줍니다. 요즈음은 오페라가 현대식 오페라, 고전식 오페라로 나뉩니다. 그래서 연출가가 어떠한 캐릭터를 요구하는 지를 빨리 파악해야 합니다. 드라마를 촬영할 때, 배우들은 감독이 원하는 캐릭터를 연기해야 합니다. 표정, 말투 모두 감독이 원하는 대로 연기해야 합니다. 오페라도 마찬가지입니다. 연출가와 같이 생각하며 캐릭터를 만들면 아마 좋은 캐릭터가 나올 것입니다.


학생들에게 하고 싶은 말씀
우선 학생들에게 ‘때’를 기다리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성공 보다는 성장을 해야겠다.’ 라는 생각으로 음악을 하였으면 좋겠습니다. 물론 어려움이 있고, 포기할 때도 있지만 사명감이 있다면 잘 극복할 수 있을 것입니다. 콩쿠르 결과, 시험결과 등에 목매지 말고, 자신이 하고 싶은 음악을 계속하였으면 합니다. 인생에는 답이 없습니다. 학생들은 후회하지 않는 삶을 살았으면 합니다. 
학생들은 소리를 제일 먼저 생각합니다. 소리도 중요하지만, 음악성, 감성 등도 생각을 하였으면 좋겠습니다. 소리 뿐 만 아니라 ‘음악을 어떻게 하면 잘 표현할 수 있을까?’ 라는 질문을 끊임없이 하며 자신만의 음악 색깔을 찾아 나간다면, 좀 더 훌륭한 음악가가 될 수 있을 것입니다.
노래를 하는 데 필요한 것은 언어입니다. 노래는 시를 부르는 것이기 때문에 언어를 잘해야 합니다. 이탈리아 발음, 프랑스 발음, 영어발음, 러시아 발음, 한국어 등 여러 언어들을 소화할 수 있어야 합니다. 학창시절 때, 노래 부르는 것도 중요하지만, 언어 공부 또한 열심히 해야 합니다. 외국 가수가 판소리를 부르면 어색하듯 우리도 외국 노래를 부르면 어색합니다. 그 어색함이 없어지도록 만들어야 합니다. 발음이 좋아야 오페라에서도 캐릭터 역할이 전달이 잘 됩니다.
발성, 악보 안에 있는 악상 등이 같은 음악의 기초입니다. 기초가 없다면, 음악을 할 수 없습니다. 기초를 탄탄히 다져야 자신의 음악세계를 자유롭게 관객들에게 들려줄 수 있습니다. 기술적인 부분도 중요하지만, 학생들은 악보를 먼저 익혔으면 좋겠습니다. 또 모르는 것들이 있으면 많이 질문을 많이 좋겠습니다.
부끄러운 일이지만, 요즈음 우리나라 학생들은 한국가곡을 공부하지 않습니다. 학생들이 아름다운 한곡가곡들을 많이 불렀으면 좋겠습니다. 한국가곡을 학교에서 필수과정으로 넣었으면 합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오페라 공연을 직접 많이 보러가야 합니다. 귀로 오페라 노래를 듣고, 눈으로 오페라의 무대세트, 작품의 틀, 동선 등을 보는 것도 큰 공부입니다. 자신의 기술도 중요하지만 다른 사람들이 어떻게 하는지도 봐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우물 안의 있는 개구리가 됩니다.


어떠한 음악가가 되고 싶나요?
저는 관객들의 기억 속에 오래 남고 싶습니다.  바리톤 석상근만의 음악을 관객들에게
전달하기 위해 제 스스로 음악을 엄격하게 대합니다. K-POP 가수들은 팬들이 많습니
다. 그것처럼 오페라에도 팬들이 많이 생겼으면 좋겠습니다. 제가 오페라를 하면, 관객
들은 기대감을 가지고 찾아주었으면 좋겠습니다. 저는 ‘캐릭터랑 너무 잘 어울린다. 캐릭터 그 자체이다.’ 라는 말을 자주 듣습니다. 그것은 저에게 있어 최고의 칭찬입니다. 오페라를 할 때마다, 제가 맡은 캐릭터가 되어 관객들과 함께 호흡하는 오페라를 하고 싶습니다.


앞으로의 계획
나이가 들수록 음악의 깊이가 더해지고 오랜 연륜이 묻어나는 흔들림 없는 가수가 되
고 싶습니다. 그래서 후배들에게 귀감이 되며 언제든 배울 점이 있는 음악가가 되고
싶습니다. 가까이는 오는 12월 31일과 1월 1일 양일간 스트라우스의 오페라 「박쥐」를 대구오페라하우스에서 공연할 예정입니다.
오는 12월 31일부터 1월 1일까지 스트라우스의 오페라 「박쥐」를 대구오페라하우스에서 진행합니다.


추가적으로 하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요
관객들이 문화예술을 통해서 힐링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미술, 음악 등 여러 예술을 통해 치료를 받는 것이 마음의 치료입니다. 관객들이 음악을 듣고 희로애락을 다 느끼며, 마음의 치료를 받았으면 좋겠습니다.
문화예술이 지금보다 발전되어 우리나라가 문화강국이 되었으면 좋겠으며, 우리나라에도 전용오페라하우스가 생겼으면 합니다.

픙부한 성량과 연기로 관객들의 시선을 사로잡은 바리톤 석상근은 이태리 피에트로 마스카니 국립음악원을 졸업 후 스페인 쟈코모 아라갈 국제콩쿠르 1위를 시작으로 비욧띠 (발세지아) 1위, 레나타 테발디 1위, 움베르토 죠르다노 1위, 쥴리엣따 시묘나토 1위, 레온 카발로 1위, 비욧띠(베르첼리) 2위, 라우리 볼피 2위, 티토 곱비 최고의 바리톤 특별상 등 유럽의 권위 있는 국제콩쿠르에서 일곱 차례의 우승을 하였고, 「멕 베드」주인공역으로 발탁되어 유럽무대에 성공적으로 데뷔하였다.
2008~2012 시즌 독일 뮌스터극장 전속 주역가수로 활약 중 ‘극장을 빛낸 최고의 가수상’을 받은 그는  국립오페라단 「가면 무도회」 레나토 역으로 한국무대에 첫 데뷔를 한 후, 대구국제오페라축제 「운명의 힘」 돈 카를로 역으로 남자 성악가상을 수상하였다.「일 트로바토레」「피가로의 결혼」,「람메르무어의 루치아」, 「아이다」, 「라 트라비아타」, 「리골레또」, 「돈 카를로」, 「팔리앗치」, 「안드레아 쉐니에」 등 유럽무대에서 주역가수로서 폭넓은 경험과 경력을 쌓으며 실력을 인정받은 그는 2016년 제14회 대구국제오페라축제 「라보엠」 , 광주시립오페라단 「라보엠」 쇼나르 역 , 부산 을숙도문화회관 「멕 베드」 주인공 역과 폴란드의 명문극장 바르샤바국립극장 나부코 역으로 출연하였다.
그는 현재 국내에서는 서울문화원 홍보대사, 서울종합예술학교 초빙교수로 재직 및 오페라 가수로서 다양한 레퍼토리로 관객들과 소통하고 있으며 이 마에스트리 정단원으로 활동 중이다. 또한 유럽에서는 오스트리아 볼프스바우어 소속 가수로 활발한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글 _구수진 기자 / 사진 _ 김문기 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