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 음악춘추

지휘자 이병욱 / 음악춘추 2012년 5월호

언제나 푸른바다~ 2012. 5. 21. 18:31

 

지휘자 이병욱
인제대에서 교수로 학생 지도

 

한국을 대표하는 차세대 지휘자로 많은 관심을 받고 있는 이병욱이 올해 봄학기부터 인제대 음악학부의 교수로 후학을 양성한다는 소식이다.
귀국 후 추계예대에서 3년, 그리고 지난 해 인제대에 출강하며 학생들을 가르친 경험이 있는 그는 “인제대 음악학과는 빠른 시간 내에 좋은 학과로 발전할 수 있는 가능성을 지닌 곳이라 생각한다.”며 학교 생활에 대한 이야기로 인터뷰를 시작했다.

“인제대 음악학과는 좋은 교수진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교수님들이 학생 한 명 한 명에게 많은 관심을 갖고 지도하십니다. 그리고 교수님들끼리 단합도 매우 잘 되고요. 그런 만큼 학생들도 열심히 학업에 임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현재 인제대 오케스트라를 지휘하고 오케스트라와 관련된 수업을 맡아 하고 있는 그는 학생들에게 앙상블에 대해 강조하고 있다며 말을 이었다.


“학생들이 솔로 위주로 공부를 해왔기 때문에 아직 앙상블 경험이 부족해 함께 연주할 때 상대방이 무엇을 연주하고 있는지 잘 듣지 못하고, 어떻게 연습하는지 방법도 잘 모르는 경우가 많은 듯합니다. 음악듣는 훈련을 시키고, 오케스트라 조직도 체계적으로 만들어 나갈 계획입니다.”
그는 지난 1년간 인제대에 출강하면서 학생들에게 감동을 받았다고 한다. 한 학생은 무리한 연습으로 인해 인대가 늘어나 연주할 수 없는 상황인데도 연주에 동참하는가 하면,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새벽 두세 시까지 남아 연습을 했다는 것이다. 연습하는 만큼 실력이 향상된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 학생들이 스스로 열심을 내는 것 같다며, 그런 학생들을 지도하고, 옆에서 지켜보는 것이 즐겁다는 이야기를 했다.
중학교에 재학하던 당시 지휘를 공부하기 위해 오스트리아 유학 길에 오른 이병욱은 잘츠부르크 모차르테움 국립음대에서 합창 지휘와 오케스트라 지휘 과정을 최우수 점수로 졸업하며 석사학위를 받았고, 박사과정을 수료하였다.


어린 나이에 유학을 떠나 지휘를 공부한 그는 자신에게 가장 큰 영향을 준 스승으로 발터 하겐-그롤(Walter Hagen-Groll)을 꼽았다. 세계적인 합창 지휘자 발터 하겐-그롤은 비엔나 슈타츠 오퍼, 베를린 슈타츠 오퍼, 로열 오페라 하우스의 상임 합창지휘자로 활동했으며, 카라얀 등 명 지휘자들과도 오랜 세월 작업했다.
“선생님께서는 과제를 내주시며 ‘나는 이런 방식으로 할 건데 너라면 어떻게 하겠니?’라고 묻곤 하셨습니다. 자신과 같은 방식으로 하는 것은 싫어하셨고 저만의 것을 스스로 찾길 원하셨으며, 그런 과정에서 자립심을 키울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수업시간에 학생들보다 더 많은 준비를 해오시는 모습을 보며 지휘자가 가져야 할 마음가짐, 자세 등에 대해서도 배웠지요.”


이병욱은 뉘른베르크 심포니, 괴팅엔 심포니, Bohuslav Martinu 필하모니 등을 객원 지휘하고 잘츠부르크 모차르트 페스티벌 부지휘자, 유럽 정상급 현대음악 전문 앙상블인 OENM의 수석 객원 지휘자로 활동했으며, 2006년 잘츠부르크 시 모차르트 탄생 250주년 기념 축제의 오프닝 공연을 지휘하여 호평 받기도 했다. 귀국 후에는 KBS 교향악단, 부천 필하모니, 코리안 심포니, 원주시향 등을 지휘하였고 통영 국제 음악제, 베니스 비엔날레, 벨기에 클라라 페스티벌, 홍콩 무지카마라와 같은 권위있는 국내외 음악 페스티벌에서 공연했으며, G. Staebler의 「오후의 태양」(세계초연), 「마술피리」, 글루크의 「오르페오와 에우리디체」(한국초연), 그리고 국립 오페라단과 슈트라우스의 「살로메」를 지휘하며 오페라 지휘에도 그의 탁월한 재능을 선보이고 있다. 이런 그에게 앞으로 지휘해 보고 싶은 작품이 있는지 질문하자 슈트라우스와 바그너의 오페라를 꼽았다.


“오페라 지휘를 많이 해보고 싶은데, 그 중에서도 독일어로 된 오페라를 한국 관객들에게 선보일 수 있는 기회가 생겼으면 합니다. 한국에서 공연되는 독일어 오페라는 「마술피리」 뿐이고 주로 이탈리아 오페라가 주를 이루는 거 같거든요. 슈트라우스, 바그너는 길고 어렵다고 생각하는데, 사실 10년 전까지만 해도 말러의 작품은 클래식 마니아를 위한 것이었지만 이제는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 것처럼, 음악가들이 슈트라우스, 바그너를 연주하지 않는 것이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한국의 성악가가 세계 최고인데, 이렇게 좋은 자원을 갖고 계속 똑같은 오페라만 하는 것은 너무 아쉽잖아요(웃음). 그리고 아직 한 번도 해보지 못한 발레 지휘에도 빠져보고 싶습니다.”

 

글·배주영 기자 / 사진·김문기 부장